많은이들이 거리 택시를 예를 들어 "중국이 이미 4차산업혁명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물론 "택시 하나로 어찌 산업 수준을 얘기할 수 있느냐?"라는 반론도 있다. 한국 택시 산업의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지금 디디추싱에 추적된 데이터가 위챗 등 새로운 어플과 결합되면서 또 다른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는 걸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던지는 질문이다.
중국은 정말 우리보다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것인가?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알리바바는 11월 11일 또다시 폭발적인 주문으로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하루 총거래액 2135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34조 8,000억 원이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아마존 프라임데이를 합친 것보다 3배 이상 큰 규모다. 가히 ‘혁명’이라고 부를 만하다. ‘제조업 대국’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관과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이날 주문으로 발생한 배송 건수는 10억건이 넘었다. 10억 건의 소포 꾸러미가 하루 사이에 모두 배달됐다. 아무런 사고 없이 말이다. 그 넓은 중국 땅에서, 하루 10억 건의 배송을 어떻게 뚝딱 배달할 수 있었을까? 신기한 일이다.
빅데이터가 답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알리바바의 빅데이터는 11월 11일 난징(南京)에서 하늘 색 폴라 티 몇 장이 팔릴 지를 안다. 컴퓨터가 지난 해 판매량, 그동안 지난 1년 동안의 난징 소비 패턴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답을 내놓는다. 알리바는 그 답에 따라 난징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쑤저우(蘇州)재고창고에 하늘 색 폴라 티를 가져다 놓으면 된다. 그렇게 11월 11일 제품은 중국 전역에 퍼져있는 재고창고로 미리 입고되고, 주문과 함께 24시간 내 배송은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AI 관련 논문의 경우 2017년 세계 발표건수는 약 1만 4,460편이었다. 이중 5,050편이 ‘중국 제품’이었다. 2등은 2,097건을 기록한 미국으로 중국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우리는 427편으로 13위에 그쳤다. 스페인(765편)이나 이란(670편) 등에도 뒤지는 수준이다. 물론 논문 수가 많다고 꼭 산업경쟁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다만 잠재력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쯤에서 진지하게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중국이 4차산업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말이 맞는거 아냐?
제4차 산업혁명 분야도 그렇고, 차세대 5G통신도 그렇고 모두 표준과 관련된 것이다. 먼저 치고 나가는 나라, 기업이 표준을 이끌게 된다. 빅데이터, AI, IoT, 5G… 제조의 시대는 후발자였지만,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선발자(First Mover)가 되겠다는 게 중국의 포부다. 미국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일으키며 중국을 몰아세우는 뒷면에는 이 표준전쟁이 있다. ‘더 이상 나뒀다가는 중국에 밟힐 것’이라는 위기감이다.
기술 우위 없는 한중관계는 공허하고, 위험할 뿐이다.
차이나랩 한우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