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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홍천 탄약공장에 20년 멈춰있던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였다

생사람 2021. 9. 2. 09:40

강원 홍천 탄약공장에 20년 멈춰있던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였다

홍천(강원)=한민선 기자 입력 2021. 09. 01. 19:00 

 

[르포]이달 30일 개막 '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1' 미리 가보니

오는 30일 '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1'(이하 트리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강원문화재단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부 작품을 선공개했다./사진=한민선 기자


지난달 31일 방문한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탄약정비공장. 이 공장에서 20여년간 멈춰있던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차게 퍼붓는 빗소리에 둔탁한 기계 소리가 더해졌다.

빽빽한 초록잎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1973년에 준공됐다. 6.25 전쟁 때 쓰고 남은 재래식 탄약을 버리지 않고 정비하던 군사시설이다. 신형 탄약이 등장하고 휴전 기간이 길어지면서 시간이 멈춰버렸다.

유휴공간이었던 공장은 '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1'(이하 트리엔날레2021) 4개 전시 중 하나인 '재생1 탄약'의 무대로 다시 태어났다. 옆 사람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큰 소리가 나지만, 오히려 작품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이 됐다.

오는 30일 트리엔날레2021 개막을 앞두고 강원문화재단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부 작품을 선공개했다. '따스한 재생'이라는 주제 아래 38개국에서 100여명의 국내외 예술가가 참여했다.

오는 30일 '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1'(이하 트리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강원문화재단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부 작품을 선공개했다. 조은필 작가의 '별을 내려다 보는 밤' 작품 모습./사진=한민선 기자


먼저 탄약정비공장은 기술에 대한 재생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공장을 들어서자마자 컨베이어 벨트 양옆으로 펼쳐지는 작품들은 계속해서 움직이며 공간의 활력을 띠게 만든다. '별을 내려다 보는 밤'의 조은필 작가는 "사실 나무는 수직으로 자라지 않고 회전하며 자란다"며 "이처럼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 끝에 위치한 이지연 작가의 '쓰레기'는 연탄을 다시 불에 구워 그 구멍에 이끼를 심은 작품이다. 이 작가는 "연탄은 결국 쓰레기로 남게 되는데, 이 쓰레기에서 생명이 자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생명을 지속시키는 기계에서 15분에 한 번씩 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오는 30일 '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1'(이하 트리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강원문화재단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부 작품을 선공개했다. 차기율 작가의 '삶의고고학, 와동로219-24' 작품 모습./사진=한민선 기자


'재생2 와동'은 2015년 폐교한 와동 분교에서 펼쳐진다.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에는 관람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연못과 파빌리온이 설치됐다. 정태규 작가의 '건축형 카페 파빌리온'에서는 장터 국수, 젓갈, 꿀, 커피 등이 판매될 예정이다.

운동장 옆 야외 공간에는 흥미로운 비닐하우스 4채가 놓여있다. 이중 하나인 신재은 작가의 'A의 작업장'에는 증강현실(AR) 코드가 새겨 있다. 신 작가는 "AR 코드를 찍으면 네잎클로버가 랜덤으로 보인다. 네잎클로버의 상징성과 기형성은 인간과 굉장히 닮아 있다"며 "내일의 행운아를 꿈꾸면서 문명을 개발시키는 인간들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와동 분교 안으로 들어가면 교실마다 회화, 영상, 설치 작품들이 자리해 있다. 차기율 작가의 '삶의고고학, 와동로219-24'는 학생들이 있었던 교실 바닥을 발굴한 작품이다. 차 작가는 "아이들 장난감이나 단종된 과자·빵 봉지, 인부들이 먹고 버린 물품들이 나왔다"며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건 무엇인지에 대한 얘기를 고고학적 방식을 가지고 풀어냈다"고 말했다.

홍천미술관에서 열리는 '재생3 아카이브'에서는 △트리엔날레 아카이브 △강원도민 생활유물 아카이브 △일상의 예술 아카이브 등을 선보인다. 홍천중앙시장을 무대로 펼쳐지는 '재생4 스트리트'에서는 퍼포먼스와 더불어 다양한 커뮤니티 아트를 볼 수 있다.

'트리엔날레'는 3년마다 열리는 국제적 미술행사를 말한다. 김성호 트리엔날레2021 예술감독은 이번 행사에 대해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레거시 사업으로 출발한 강원국제예술제의 홍천에서의 3차년도 완결판 행사"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강원작가전, 2020년 강원키즈트리엔날레에 이어 3년차 행사다. 강원국제예술제는 3년 주기로 개최지를 순회할 예정이며 다음 행사(2022~2024년)는 평창군에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