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베옷 입히고 화장하고 유골함까지.. 전국 첫 공립 반려동물 장묘시설 가보니
이은영 기자 입력 2021. 08. 07. 06:02
전북 임실에 전국 최초로 공립 반려동물 장묘시설 문 열어
반려인 1500만 시대에도 반려동물 화장률은 8%에 그쳐
“미리 반려동물의 죽음을 예상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더 오래 같이 살기를 바랐는데 이렇게 떠나서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에요.”
지난 5일 오후 4시쯤 전라북도 임실군에 있는 ‘오수 펫 추모공원’에서 만난 30대 박수연(가명) 씨는 연신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대학생 때부터 11년 동안 반려묘 ‘다양이’를 키워왔다. 그런데 이날 아침 예상치도 못한 작별을 해야 했다. 다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모습도 보지 못한 박씨는 “지금도 집에 가면 다양이가 있을 것만 같다”며 유골함을 품에 꼭 안고 추모공원을 나섰다.
지난 5일 방문한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에 위치한 '오수 펫 추모공원'에서 강아지 인형으로 반려동물 장묘 절차를 시연하고 있다. /김효선 기자
지난 1일 국내 첫 공공 반려동물 장묘시설인 ‘오수 펫 추모공원’이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에 문을 열었다. 전국에 반려동물 장묘시설은 단 56곳 뿐이다. 오수 펫 추모공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민간시설이다.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604만 가구로 한국 전체 가구의 29.7%를 차지하고 있다. 반려인은 총 1448만명으로 집계됐다. 반려인구는 급증했지만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책임질 장묘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동물보호법에서 정한 동물 사체 처리 방법은 세 가지다. 사체를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내놓거나, 안락사한 사체를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거나, 화장을 시키는 것이다. 뒷산에 묻는 등 땅에 매립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지만, 아직도 곳곳에서는 뒷산 등에 사체를 묻는 경우가 많다. 화장이 가장 위생적인 방법이지만 국내 반려동물 화장률은 8%에 그친다. 특히 유기견의 경우 대부분 폐기물 처리된다.
◇염부터 납골당 안치까지… “사람 장례 절차와 다름 없어”
반려동물의 장례 절차는 어떻게 진행될까. 오수 펫 추모공원의 장례지도사가 인형을 이용해 반려동물 장례 절차를 설명해줬다. 우선 장례지도사가 소독된 솜으로 머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닦는다. 동물은 사람과 눈꺼풀 근육이 달라 눈을 못 감기 때문에 눈 부분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 후에는 작은 솜을 뭉쳐 항문, 콧구멍, 귓구멍을 막는다.
이후 재단에 눕혀 삼베옷을 입혀 염(殮)한 뒤 준비된 관에 넣고 주변을 생화로 장식한다. 그 다음엔 바로 관 뚜껑을 닫지 않고 열어둔다. 가족들이 마지막까지 충분히 반려동물을 눈에 담게 하기 위해서다. 장례지도사 최명주(27)씨는 “염할 때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운다”고 했다.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마지막 인사가 끝나면 화장(火葬)이 진행된다. 오수 펫 추모공원에는 크기별로 총 3개의 화장장이 설치돼있다. 보호자들은 추모실 벽면에 있는 창을 통해 화장장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반려동물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화장에 걸리는 시간은 무게 4kg 기준으로 1시간 정도다.
이 시간 동안 보호자들은 화장된 유골 처리 방법을 결정한다. 유골함에 담아 가져가거나 납골당 안치, 수목장 등이 가능하고 특수 처리를 통해 ‘스톤’으로 만들 수도 있다. 최씨는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대부분 유골함이나 스톤을 집으로 가져가신다. 아직 하늘로 보낼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집에 두고 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장례비용은 추가 선택 사항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화장시설만 이용할 경우 20만원(5kg 이하)만 내면 되지만, 염습이나 수의, 관, 유골함 등을 이용하려면 각각 5만원에서 10만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 봉안당에 안치하는데도 추가 비용이 든다.
최씨는 “강아지나 고양이만 생각하는데 정말 다양한 종류의 반려동물이 온다. 고슴도치, 앵무새, 도마뱀도 장례 절차를 진행한 적이 있다”며 “보호자의 울음소리로 하루를 시작하고 끝낸다”고 씁쓸히 웃어보였다. 반려동물 장묘시설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어 보였다. 최씨는 “아이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나면 뿌듯함이 크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방문한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에 위치한 '오수 펫 추모공원'은 전국 첫 공공 장묘시설로, 추모실, 입관실, 화장장, 봉안당 등의 공간이 마련돼있다. /김효선 기자
◇죽은 반려동물 92%는 뒷산에 묻거나 폐기물 처리… “화장 문화 정착해야”
전라북도는 오수 펫 추모공원 설립을 발판삼아 유기견 화장 절차를 법제화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전북도청 관계자는 “유기견들이 쓰레기봉투나 의료폐기물로 처리되는 것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도 차원에서 유기견들 화장하는 것을 지원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올해부터 가능할 지 여부를 살펴보고, 재정적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내년 신규사업에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오수 펫 추모공원을 위탁운영 하고 있는 김성호 동물사랑 대표는 “보호자의 사랑 없이 외롭게 떠난 아이들을 한 데 안치하고 비석을 세워 기억하고 싶다”면서 “현재 8% 수준인 화장률을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10~20% 선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장묘시설을 혐오 시설로 바라보는 사회 인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임실에 첫 공립 반려동물 장묘시설이 들어설 수 있었던 건 이곳이 의견(義犬)의 고장이기 때문이다. 장묘시설의 이름에도 있는 오수라는 지역명부터가 ‘개 오(獒)’자와 ‘나무 수(樹)’자가 합쳐진 것이다.
오래전 이곳에 살던 사람이 술에 취해 잠들었는데 그가 살던 집이 불길에 휩싸였다. 그러자 그가 키우던 개가 근처 개울에서 몸을 적셔와 주인이 화마에 휩싸이지 않게 하고 자신은 세상을 떠났다. 개 덕분에 목숨을 건진 사람은 개의 사체를 묻어준 곳에 자신의 지팡이를 꽂았는데, 이 지팡이가 나무로 자라자 사람들이 이 지역을 ‘오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설화 덕분에 임실에서는 반려동물 장묘시설에 대한 거부감이 덜해 첫 공립 장묘시설이 들어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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