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삼성SDI, 파나소닉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른 중국 CATL이 우리나라를 겨냥해 전기자동차 배터리 반값 공습을 시작했다. 중국 저가 배터리 도입이 늘면 LG, 삼성이 주도해 온 국내 안방 시장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CATL 배터리팩 전담 업체인 중국 P사와 국내 한 전기차 제조사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일부 국산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적은 있지만 국산 전기차에 중국 제품이 들어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전기차 제작사는 CATL 현지 판매사로부터 LG화학, 삼성SDI보다 절반이나 낮은 가격으로 동일 사양 제품을 받기로 했다.
P사는 CATL이 일부 회사 지분에 참여한 대규모 배터리팩 양산 업체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는 규모가 큰 전기차 시장 위주로 배터리셀 공장과 함께 전담 배터리팩 업체를 협력사로 두고 있다.
거래는 국내 업체가 P사를 찾아가 배터리팩을 포함한 CATL 배터리 제품 공급을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수차례 협상 끝에 P사가 국내 업체 경쟁력과 국내 시장 성장성 등을 종합 판단,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셀을 포함한 배터리팩 가격을 235달러로 제안하며 거래가 성사됐다.
LG화학·삼성SDI 배터리셀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포함한 배터리팩 완제품은 ㎾h당 500달러 수준이다. CATL은 국내 시장가 절반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국내에 공급하게 됐다.
GM, BMW, 현대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전기차 수만대 분량 배터리 공급을 확정했을 때만 나올 수 있는 가격이라는 평가다.
CATL 배터리를 채택한 전기차 업체 대표는 “저가 중국 전기차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현지 업체를 찾다가 CATL 제품을 국내 시세보다 절반에 확보하게 됐다”면서 “국내는 배터리팩 완제품까지 (㎾h당) 500달러 수준이어서 다른 대안이 없는 한 CATL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ATL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고수해 온 비야디(BYD) 등 기존 중국 업체와는 다른 전략을 편다. 한국, 일본과 같은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로 1~2년 전부터 다수 글로벌 완성차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기술력도 일정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에서 CATL 기술력은 시장 검증이 좀 더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시장 업력이 짧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10년 넘게 배터리 개발·제작·양산 기술을 쌓아 온 반면에 CATL은 업력이 6~7년에 불과하고, 중국 이외 글로벌 완성차 시장 경험도 불과 1년 남짓”이라면서 “CATL 측이 좋은 (가격)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봐서 미국 등 해외 진출을 위해 한국 업체와의 공급 실적을 전략 차원에서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ATL은 2011년 중국 배터리 제조사 ATL로부터 파우치형 NCM 기술을 이전받고 분사, 설립됐다. 모회사인 ATL은 애플 아이폰 배터리 공급사로 유명하다. 베이징현대차를 포함해 BMW,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GM, BMW, 벤츠, 폭스바겐까지 공급처를 확보한 상태다. CATL은 올해 1~5월 기준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 순위에서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랐다.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4위와 6위를 차지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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