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상] "긴박했던 순간 죽을 각오로 덤볐다"
이성찬 입력 2022. 04. 12. 16:39 수정 2022. 04. 12. 17:03
화마가 할퀴고 간 양구 산등성이에는 검은 재들이 날리고 있었고, 여전히 매캐한 탄 냄새가 양구 전역에 진동했다. 지난 11일 오전 11시 30분쯤 연무가 걷히자 양구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헬기 소리는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길가에는 경찰관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교통을 통제하고 밤샘 진화 작업을 벌인 소방대원들은 쉴틈없이 방어선을 구축해 산불 확산을 막고 있었다.
양구읍 청우리 전원마을 도로에는 소방호수가 그날의 다급함을 이야기 하 듯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까맣게 타버린 뒷산을 바라보며 참혹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청우리에 거주하는 이장 임태구(74)씨는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나가보니 집 뒤에 위치한 상용터널까지 불길이 번져있더라. 불길도 무섭지만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임 이장을 포함한 마을 주민들은 노약자들과 여성들을 대피시키고 소화전에 소방호스를 연결해 화마로부터 집을 지키기 위해 불길이 번지기 시작한 오후 4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비상 급수를 실시했다.
진화 작업 중에도 “불씨가 바람을 타고 집 앞 하천까지 날아가 더 큰 화재가 발생할 뻔했지만 주민들이 뛰어가 온몸으로 진화해 더 큰 화재를 막을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임 이장은 “마을 주민들에게 화재 소식을 알리고 능선을 타고 넘어오는 불길을 잡기 위해 소리를 질러 지금도 목이 쉬었다”며 그날의 참담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임 이장은 “양구 산불 발생이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일이다”라며 “불길이 진정돼 청우리 마을 주민들은 안심하고 몸을 추스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화재발생 시 자체 초기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농가에 소화전 설치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강원 양구 산불은 발생한 지 사흘만인 12일 오전 9시쯤 주불이 잡혔다. 지난 10일 오후 3시 40분 쯤 불이 발생한 지 41시간여 만이다. 양구읍 송청리에서 시작된 산불은 죽곡리, 황간리, 송우리, 청리, 용하리, 야촌리, 가오작리 등 8개 리로 번져 산림 총 720㏊가 소실됐지만 인명과 시설 전소 등의 피해는 없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낙엽을 태우다 일어난 실화로 파악됐다. 산림당국은 산불 재발화 방지를 위해 현장에 산불진화헬기 12대, 야간 열화상 드론 3대를 대기시키고, 산불전문진화대원, 감시원, 공무원 및 군병력 등을 투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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