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두환의 비자금 세탁처, 전재국

생사람 2019. 11. 18. 10:24

⑪전두환의 비자금 세탁처, 전재국 자금조달 창구 역할

강민수 입력 2019.11.18. 08:08 수정 2019.11.18. 09:01 

-----

뉴스타파는 <민국100년 특별기획: 누가 이 나라를 지배하는가>의 일환으로 ‘전두환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전두환 세력이 쿠데타와 광주학살로 정권을 탈취한 뒤 부정하게 축적한 재산을 환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이 땅에 정의를 세우기 위한 기획입니다. 12·12군사반란 40년을 맞아 준비한 ‘전두환 프로젝트’는 오는 12월까지 방송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

전두환의 비자금 관리처로 알려져 있는 성강문화재단이 본업인 장학사업은 중단한 채 최근 수년 간 전두환의 장남 전재국 씨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해 온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 재단은 2016년부터 최근까지 총 4번에 걸쳐 40억 원 가량의 돈을 전재국 씨와 전재국 소유 기업에 빌려줬다. 뉴스타파는 전두환 일가의 재산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전재국 소유 부동산의 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강문화재단은 1985년 전두환의 장인인 이규동(2001년 사망) 씨가 설립한 장학재단으로 현재는 전재국 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설립 당시부터 전두환의 비자금 창구라는 의혹을 받아온 이 재단은 2013년 전두환 일가의 고가 미술품 구입·관리처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전두환 일가가 이 재단을 통해 비자금을 세탁해 왔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수사였다.

미납 추징금 1021억 원...하지만 전두환 일가의 사업은 여전히 건재

1997년 대법원은 전두환에게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2년이 지난 현재 전두환은 그 중 1021억 원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2013년 9월 전두환의 장남 전재국 씨가 대국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뉴스타파가 전재국의 조세도피처 페이퍼컴퍼니 설립과 비밀계좌 운영 사실을 폭로하고, 검찰이 전두환 일가의 재산 추적에 전방위적으로 나선 직후였다. 전재국 씨는 “전두환 추징금 완납에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6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재 전두환은 1021억 원이 넘는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

"앞으로 저희 가족 모두는 추징금 완납 시까지 당국의 환수 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할 것입니다.”
-전재국 기자회견 발언(2013년 9월)

뉴스타파는 ‘전두환 추징금’ 집행이 미뤄지는 이유를 알기 위해 전두환 일가가 현재 소유, 관리하고 있는 재산규모를 확인해 봤다. 시공사와 리브로, 북플러스와 비엘에셋 등 전두환의 세 아들과 일가 친척 소유의 기업, 그리고 전국에 산재해 있는 전두환 일가 소유와 관련된 부동산이었다. 전두환 일가가 벌여 온 각종 사업에 이름을 빌려준 측근들과 이들이 관련됐던 기업들도 별도로 정리했다.

확인결과, 2013년 전재국 씨의 재산헌납 약속 이후 전두환 일가의 재산은 실제로 일부 줄어 있었다. 전두환 일가의 주력사업이었던 출판기업 시공사가 있던 서울 서초동의 부동산과 전재국 일가 소유였던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 전두환의 둘째 아들 전재용과 셋째 아들 전재만이 소유하던 서울 강남의 부동산 등이 검찰의 압류로 공매 처리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전두환 일가는 여전히 고가의 부동산 여러 개와 알짜배기 기업들을 소유, 운영하고 있었다. 전두환의 장남 전재국 씨의 경우, 여전히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대저택과 경기도 파주 소재 건물 2채, 그리고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여러 기업들을 소유,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그 중 전재국씨가 소유하고 있는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내의 한 건물을 찾아가 봤다. 우편함과 건물 간판에서 리브로와 음악세계 같은 전재국 소유 출판사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난 8월 뉴스타파가 처음 확인한, 전두환 일가가 설립한 프랜차이즈 고깃집 ‘나르는 돼지’의 운영사인 ‘실버밸리’, 전재국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성강문화재단의 이름도 있었다.

전두환 차남 전재용 두 아들, 전두환 비서 회사의 2대 주주

전두환 일가는 그 동안 수많은 측근들의 이름을 동원해 사업을 해 왔다. 너무 복잡하게 운영돼 검찰 수사를 피해간 곳도 적지 않았을 정도다. 2013년 여름, 검찰이 전두환 일가의 차명회사로 의심해 강제수사에 나섰던 IT보안업체 ‘웨어밸리’도 그 중 하나였다.

웨어밸리의 손삼수 대표는 전두환의 비서를 지낸 육사 출신 전직 군인이다. 1996년 검찰의 역사바로세우기 수사 당시 전두환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당시 <한겨레>는 “1993년 10월과 11월, 손 씨가 전두환의 지시로 14억 원 상당의 금융채권을 자신의 가족 이름으로 실명화하고 21억 원은 현금으로 바꿔 전두환에게 전달했다”(1996년 4월 16일)고 보도한 바 있다.

2013년 전두환 일가의 재산추적에 나선 검찰은 손 씨가 운영하는 ‘웨어밸리’를 전두환 일가의 차명기업으로 의심하고 수사에 나섰다. 이 회사의 설립자가 전두환의 차남 전재용 씨고, 재용 씨의 두 아들이 이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이 이유가 됐다.

하지만 웨어밸리 측은 의혹을 부인했다. 손삼수 대표는 당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03년에 전재용 씨로부터 회사를 인수했을 뿐” 전두환 일가와는 더 이상의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결국 이 회사가 설립될 당시 들어간 전두환 자금 5억여 원을 환수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수사 시작 직후 나온 전재국 씨의 ‘재산 헌납 약속’도 수사가 멈추는 이유가 됐다.

하지만 뉴스타파 확인 결과, 현재까지도 이 회사에는 전두환의 차남 전재용의 두 아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대표인 손삼수 씨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전두환 장손 전우석, ‘전두환 비서’ 소유 저택에 집주소 등록

전두환의 장손자인 전우석 씨가 소유했던 서울 마포구 서교동 주택 등기부등본. 2000년 당시 전우석 씨의 주소지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으로 적혀 있다. 확인결과 이 집은 전두환의 비서였던 ‘웨어밸리’ 손삼수 대표가 1992년에 사들인 고급주택이었다. 손 씨는 이 집을 매입한 1992년, 전두환의 차명 채권을 현금화한 바 있다.

전두환의 비서 출신인 손삼수 씨와 전두환 일가의 연결고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 씨 일가와 손 씨가 부동산으로도 얽힌 사실이 취재과정에서 확인됐다. 전두환의 장손자, 즉 전재국의 아들인 전우석 씨가 한때 손 씨 소유 주택을 자신의 주소지로 썼던 사실이 새롭게 확인된 것이다. 2000년 경 전우석 씨는 자신의 주소지를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주택으로 기재했는데, 이 집은 바로 웨어밸리의 손삼수 대표가 소유한 고급주택이었다. 이런 사실은 전우석 씨가 소유했던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주택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손 씨가 이 집을 매입한 시기도 공교로웠다. 손 씨가 이 집을 매입한 1992년은 손 씨가 전두환의 지시를 받아 전두환 소유의 차명채권을 현금화했던 바로 그 해였다. 매입 당시 손 씨의 나이는 불과 40세, 군인과 청와대 비서관이 경력의 전부인 손 씨가 373제곱미터에 달하는 평창동 고급주택을 무슨 돈으로 샀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뉴스타파는 궁금증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손 씨가 운영하는 웨어밸리에 찾아갔지만 손 씨를 만나지 못했다. 손 씨는 뉴스타파가 서면으로 전달한 질문에 대해서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전재국, 2016년부터 4번에 걸쳐 성강문화재단 자금 40억 원 가량 빌려

성강문화재단은 전두환 장인 이규동(2001년 사망)이 설립했다. 전두환의 처남 이창석을 거쳐 현재는 전재국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뉴스타파는 전두환 일가의 재산을 추적하던 중,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또 다른 사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전두환의 장인인 이규동 씨가 설립했고, 전두환의 처남인 이창석을 거쳐 현재 전재국 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성강문화재단에서 이상한 자금흐름이 포착된 것이다.

전재국 씨 소유 부동산의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전 씨는 본인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2016년부터 최근까지 총 4번에 걸쳐 성강문화재단에서 40억 원 가량을 빌려갔다. 이 돈이 들어간 곳은 전재국 씨가 대주주인 주식회사 리브로. 바로 전 씨의 큰딸 전수현 씨가 12%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면서, 동시에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회사였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성강문화재단은 전재국 씨 소유의 평창동 주택 등을 담보로 지난 2017년과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전재국 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총 39억 6820만 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2016년 7월에도 전재국 씨 소유의 또 다른 부동산을 담보로 8억64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바 있다. 보통 빌려준 돈의 120%에 해당하는 금액을 근저당 설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재국 씨가 성강문화재단에서 빌려간 돈은 대략 4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결국 전재국 씨는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장학재단을 자신의 자금 조달창구로 쓰고 있는 것이다.

성강문화재단은 5공 때인 1985년, 전두환의 장인이자 군인 출신인 이규동(전 대한노인회장, 2001년 사망) 씨가 장학사업을 한다며 설립했던 재단이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성강문화재단은 ‘전두환의 비자금 관리처’라는 의혹을 받아 왔고, 실제 이런 이유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현재 성강문화재단의 이사진은 전두환 일가와 관련된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전두환 자서전을 집필했던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 민정기 씨, 전재국 씨와 함께 한국미술연구소를 운영해온 홍선표 씨, 전재국 씨 소유 회사인 음악세계의 전 대표 김용진 씨, 그리고 전재국이 설립한 프랜차이즈 고깃집 운영사인 실버밸리의 현 감사 장모 씨 등이다. 공익재단의 탈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 전두환 일가 마음대로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국세청이 공개한 공시자료에 따르면, 현재 성강문화재단은 116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애초 설립목적이었던 장학사업은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 서류상으로만 보면, 이 재단은 현재 전재국 씨에게 사업자금을 대주는 일만 벌이고 있다.

뉴스타파는 전두환 추징금 환수에 대한 입장, 성강문화재단에서 빌린 자금의 용도 등을 묻기 위해 전재국 씨를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다. 대신 전재국 씨는 뉴스타파와의 전화통화에서 “(전두환의 미납) 추징금 문제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1021억 원 추징금 미납 전두환, 90년대 확인된 차명채권만 2085억 원

1997년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결정한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전두환은 집권 7년 간 모두 9000억 원이 넘는 돈을 대기업 등에서 받아 비자금으로 조성했다. 그리고 이 중 2085억 원을 친인척 명의의 차명채권으로 관리했다. 차명채권만으로도 2205억 원의 추징금 환수는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전두환과 그 일가는 대법원 판결 22년이 넘도록 1000억 원이 넘는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막대한 부동산과 기업을 거느리며, 3세 재산상속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뉴스타파 강민수 cominsoo@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