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의 재발견]띄어쓰기는 단어 의미에 따라 달라진다
입력 2017.05.15. 03:01[동아일보]
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국어국문학 |
일상적으로 어려워하는 예들 중 하나인 ‘못하다, 못 하다’를 들어보자. 사전을 뒤지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면 ‘못하다’가 나온다. 이 결과만을 참조하여 ‘못하다’는 붙여 적는다 생각하면 성급한 것이다. ‘못하다’로 적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못 하다’로 띄어야 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못하다/못 하다’에 관련된 띄어쓰기는 3가지나 된다. 실제 문장을 생각해 보자.
노래방에서 평소 좋아하는 노래를 예약해 두었다. 그런데 시간이 모자라 그 노래를 부를 수 없었다. 이 경우에는 어떻게 적어야 할까? ‘나는 노래를 못 했다’이다. 반대로 친절한 노래방 주인 덕분에 시간을 더 얻어 노래를 불렀다 치자. 그런데 함께한 사람들이 노래를 듣기 거북해하는 상황이다. 이는 어떻게 적어야 하는가? ‘나는 노래를 못했다’이다. ‘못 했다’든 ‘못했다’든 모두 우리말 띄어쓰기 원리를 제대로 지킨 것이다. 사전 검색이 띄어쓰기의 정답을 제시하지만은 않음을 제대로 보인 예다.
어떤 의미로 말을 하느냐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사용하고 있는 말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우리말의 띄어쓰기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적는 것이 원칙이다. 여기서 문제는 ‘단어’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아는가이다. 우리가 쓰는 말을 들여다보아야 이를 알 수 있다. 문장에 적용해 보자.
시간이 모자라 노래를 부를 수 없었던 경우인 ①에는 ‘못’과 ‘하다’가 각기 독립적 의미를 가진다. 하나하나가 단어인 것이다. 그러나 ②는 그렇지 않다. ‘못+하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새로운 의미를 가져 ①과는 전혀 다른 단어가 된 것이다.
앞서 사전 속에서 보았던 ‘못하다’는 ‘어떤 일을 일정한 수준에 못 미치게 하다’는 의미로 ②에 해당한다. 결국 스스로 어떤 의미로 쓰는지를 확인해야만 띄어쓰기를 완성할 수 있다. 사전에는 ②와 같이 단어가 만들어진 경우를 주로 보인다. 그래서 검색하면 붙여 적은 예만 나타난다. 사전 속에 각각 들어있는 ‘못’과 ‘하다’로 얼마든지 문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띄어 적는 것이 바른 표기다.
‘못하다’와 관련된 마지막 띄어쓰기가 남았다. 문서 작업에서 자주 틀리는 중요한 띄어쓰기다. 앞서 본 ‘노래를 못 하다’와 같은 의미의 문장을 만들어 보자. 우리는 ‘노래를 못 하다’를 ‘노래를 하지 못하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때의 ‘못하다’는 언제나 붙여 적어야 한다.
③에서의 ‘못하다’는 ①처럼 각각의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다. ‘하다’를 부정하는 역할밖에는 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항상 붙여 적는다. 똑같이 붙여 적더라도 ②와 ③은 전혀 다른 의미의 단어다. 하지만 이 둘을 붙여 적는 이유는 같다. ‘못’과 ‘하다’가 결합하여 새로운 하나의 단어를 만들었기에 붙여 적는 것이다.
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국어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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