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

[신바람 이선생] 편파를 차별로 물음하다. 여성만 활인해주는 카페가 있다?

생사람 2018. 7. 6. 10:27

[인터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참가 여성 30% 할인”

카페 운영 이지원씨… 1차 시위 때 ‘편파할인’ 유명세

입력 : 2018-07-06 04:04




카페 ‘여름동사무소’를 운영하는 이지원씨가 지난 3일 인천 남구 용현동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씨는 7일 열리는 ‘몰카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한 손님에게 음료를 할인해줄 예정이다. 인천=권현구 기자
지난 3일 찾아간 인천의 한 카페.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라는 문구로 장식된 게시판 옆에서 카페 주인 이지원(24)씨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2㎝가 채 되지 않는 짧은 머리카락과 왼쪽 목에 새겨진 글귀 ‘Fight like a girl’이 도드라져 보였다. 타투(문신) 뜻을 묻자 “‘계집애처럼 싸운다’는 여성혐오 표현을 타투로 새겨서 오히려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고 했다.

인천 남구의 재개발구역에 위치한 카페 ‘여름동사무소’는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열린 제1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기점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씨는 시위 전날과 이튿날 여성들에게만 음료 가격을 40% 깎아주는 ‘편파할인’ 이벤트를 했다. 카페 SNS 계정에 이벤트를 알리자 순식간에 1000개 가까운 ‘좋아요’가 달렸다. 손님도 배로 늘었다. 

이씨는 “주위에 온통 변종 유흥업소뿐이어서 장사가 잘 안 됐었다”며 “시위 참여를 독려하고 싶은 마음에 기획한 이벤트였는데 결과적으로 카페 홍보도 된 셈”이라고 했다.

편파할인 이벤트는 최근 백인에게만 가격을 올려 받은 미국 뉴올리언즈주의 한 식당을 벤치마킹한 결과물이다. 이 식당은 동일한 메뉴를 두고 흑인 등에게는 12달러만 받고, 백인에게는 30달러를 낼 수 있는 선택권을 줬다. 이씨는 “백인들 대부분이 30달러를 선뜻 냈다고 하더라”며 “한국에서도 해볼 만하겠다 싶었다”고 했다국내 여성근로자의 평균임금이 남성의 60%대 수준이라는 점에 착안해 할인율을 정했다.

이씨는 “페미니즘이 외로운 싸움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이씨도 “여자가 왜 숏컷을 하느냐” “화장은 예의다” 따위의 말을 들으며 움츠러든 적이 많았다. 이번 시위를 앞두고서도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참여하지 못하는 여성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씨는 “이벤트 당일 몇몇 남성 손님들이 와서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앉아 있다 가거나, 같이 온 여자 친구에게 빨리 나가자고 보채더라”며 “그래도 당당하게 이벤트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기사가 나가면 누가 찾아와 난동을 부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인터뷰를 망설였다”고 했다. 마음을 바꾼 건 “기죽지 않고 여성 인권에 대해 떠들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한 이씨는 취업하지 않았고, 카페는 아직 흑자 전환이 안 됐다. 하지만 이씨는 “카페는 불편한 물음을 편하게 던질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라며 “여성들이 더 크게 떠들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는 7일 혜화역에서 열리는 제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는 시위 참여 인증샷을 보여주는 손님에게 오미자차 같은 ‘빨간 음료’를 3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빨간색은 시위 상징색이다. 이씨는 “재밌으면서도 의미 있는 이벤트를 하려고 몇 날 며칠 고민했다”고 했다.

인천=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76690&code=11131100&sid1=soc&cp=nv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