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노인요양원 출근하는 아기들..업무는 포옹 급여는 기저귀
엄마들도 "우리아기 여러사람과 만나봤으면" 호응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한 노인 요양 시설에서는 아침마다 때아닌 아기 옹알이가 끊이질 않는다.
이들은 엄마와 함께 출근한 '아기 직원'.
노인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포옹을 해주는 게 주요 업무다. 급여는 아기 필수품인 기저귀, 분유 등으로 받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고령화로 치닫는 일본 사회에서 세대 간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이같은 방안이 등장했다고 전했다.
NYT가 소개한 요양 시설은 인구 94만명인 기타규슈 시에 있다.
이 지역은 일본 다른 지역처럼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직면한 곳으로, 독거 노인이 늘고 소가족이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이에 따라 노년층에 활기를 주고 지역 사회 교류를 활발하게 하려는 취지에서 등장한 게 이들 '아기 직원'이라는 것이다.
이들 직원에게는 나름대로 채용 기준과 업무 조건이 있다. 네살 아래 아기로 엄마와 함께 출근해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따스한 포옹을 해주는 게 주어진 업무다.
그렇다고 해서 아기들에게 근무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 때나 출퇴근해도 되고, 나와서도 엄마와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걸음마를 배우고 옹알이를 하면 된다고 한다.
급여는 주로 기저귀, 분유로 받고, 인근 카페에 들를 수 있는 이용권도 지급된다.
노인들 반응은 긍정적이라고 한다.
85세 할머니인 나카노 교코는 "친손녀를 자주 보지는 못하는 상황이라 아기 직원이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설에 머문 지 1년이 넘었는데, 평소에는 TV를 보거나 뜨개질을 하지만 아기 직원이 오는 날에는 다른 일은 미뤄놓고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 시설에 있는 노인은 120명 정도로, 지난해부터 아기 직원 모두 32명이 출근하고 있다.
아기들 입장에서도 이처럼 세대 격차를 넘어 상호 작용을 하는 게 사회성 발달과 인격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NYT는 전했다.
일본 사회가 점점 늙어가면서 요양 시설도 급증하고 있다. 2020년 요양 시설은 180만 개로, 2005년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시애틀의 한 요양 시설에서는 1991년부터 갓난아기부터 5살 유아에게 공간 일부를 내주고 돌봄 프로그램을 지원해주고 있다.
아기를 데려가는 엄마들은 어떤 심정일까.
기타규슈 시설에 2주에 한번 정도 딸을 데려간다는 신타니 미카는 "아기가 하루종일 나하고만 지내는 날이 많다"면서 "그래서 아기가 다른 사람들 얼굴도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에 따르면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도 남성의 가사, 육아 부담이 저조한 수준으로, 실제로 기타규슈 요양 시설에서도 아기를 데려오는 부모 중 아빠는 한명도 없었다고 NYT는 전했다.
신타니는 그러면서 요양 시설로 출근하는 또다른 좋은 점으로 "점심 식사를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귀띔했다.
newgla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