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 발견, 절차 거친 뒤 열게 될 것"
신일그룹이 '보물선'으로 알려진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경북 울릉 앞바다에서 발견했다고 17일 밝혔다.
신일그룹 측은 “지난 15일 울릉읍 저동리에서 1.3㎞ 떨어진 수심 434m 지점에서 선체에 러시아 문자로 돈스코이라고 쓰인 침몰 선박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돈스코이호는 러시아 발트함대 소속의 1급 철갑순양함으로, 1905년 러·일 전쟁에 참전했다가 울릉도 인근에서 일본군 공격을 받았다. 거센 공격에 배를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함선 지휘부가 침몰을 지시하면서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이 배에는 금화와 금괴 5000상자 등 150조원 규모의 보물이 실려 있다고 알려져 관심을 모아왔다. 이번 발견은 침몰 113년 만이다. 15일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서 1.3km 떨어진 수심 434m지점에서 발견된 돈스코이호 선채 [신일그룹 제공=연합뉴스]
신일그룹 측은 보물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박성진 홍보팀장은 "보물 상자로 보이는 물건이 있다는 것은 확인됐으나 아직 열지 못했다"며 "절차를 거친 뒤에 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침몰한 배에서 보물을 캐려면 매장 발굴허가, 소유권 등기, 인양절차 등이 필요하다. 신일그룹 측은 이날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사실 일부를 18~19일 국내외 모든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18~19일에 전세계가 깜짝 놀랄 사실 공개할 것"
이번에 발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신일그룹은 서울에 본사를 둔 해운·건설 전문업체다. 아파트 브랜드로는 신일유토빌이 있다. 신일그룹 측은 러시와 정부와 인양에 대한 보상과 세부 사항에 대해 조율과 협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일그룹은 최근 제일제강공업을 인수 계약하면서 아파트 시공과 기존 철강사업간 시너지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드미트리 돈스코이호. [사진 아태이론물리센터]
돈스코이호 인양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본은 1916년 처음으로 돈스코이호 인양사업을 시작한 후 수십 년간 도전해 왔다. 일본 업체의 이러한 시도는 1932년 11월 미 뉴욕타임스에 ‘보물선을 사냥하는 일본’이라는 기사로도 소개가 됐다. 국내에선 1981년 도진실업이라는 회사가 돈스코이호 인양에 나섰다. 도진실업은 당시 매장물 발굴 허가를 얻어 탐사를 시도했으나 당시 기술로는 한계에 부닥쳐 발견에 실패했다. 이어 인양사업에 뛰어든 곳은 1998년 외환위기로 위기에 처했던 동아건설이었다. 동아건설은 쓰러져 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사활을 걸고 인양사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거듭된 실패 끝에 2000년 12월 보물선 실체를 확인했다고 알려지면서 한때 동아건설 주가는 급등했다. 360원이던 주가는 17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 3265원까지 폭등했다. 그러나 동아건설은 확인했다던 돈스코이호를 인양하지 못했고 이 선박이 돈스코이호인지 알 수 없다는 반론도 나왔다. 결국 주가가 떨어지며 동아건설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봤다. 이듬해인 2001년 3월 9일 서울지법은 동아건설 파산을 결정했다. 신일그룹에 따르면 이 배가 폭격을 받아서 침몰한 군함이면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영해에서 스스로 침몰한 배이고, 침몰한 지 100년이 지났기 때문에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매장물 발굴법'에 따라 발견한 배에 실린 물건 가치의 80%는 발견자가 갖고 20%는 국가에 귀속된다는 것이 신일그룹 측의 주장이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