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민석 인천도서관발전진흥원 수봉도서관 관장- ' 깍두기'를 아시나요
[도서관 산책] 도서관 ' 깍두기'를 아시나요
- 인천일보
- 승인 2018.02.27 00:05
- 수정 2018.02.26 18:52
심민석 인천도서관발전진흥원 수봉도서관 관장
이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내 동생은 깍두기로 끼워줘!" 낯선 이야기인지 모른다. 1960~70년대에 동네 놀이터에서 어린 친구들과 편을 갈라 놀 때 하는 말이다. 올망졸망 아이들이 편을 나눌 때 짝이 없이 남은 어린 아이를 '깍두기'로 표현했다. 그 시절 깍두기들은 형 또는 누나를 따라 온 동생이거나 함께 놀 아이들보다 약하거나 재주가 없어 평소 무리에 들지 못하는 어린이들이었다. 그래서 깍두기들은 양 편의 동의를 얻어 게임에는 참여하지만 승패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그 시절은 그래도 재능이 부족한 친구들과 어울리도록 스스로 '룰'을 만들어 같이 지낼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또래끼리 어울리기 쉽지 않다. 어른들은 자녀들이 좋은 친구와 만나기를 바라고 더 나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등 노력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스스로 깨쳐 얻는 지혜는 어른들이 만들어 줄 수 없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도록 돌보고 가르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수봉도서관도 어린 이용자들이 또래 친구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책을 통해 지혜를 쌓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재미난 사업을 개발하고 운영한다. 어린이들이 책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독서퀴즈나 들락(樂)날락(樂) 출석카드, 동화구연대회는 매년 꾸준히 진행하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수봉도서관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도서관에 온 친구들끼리 서로 어울리는 장을 마련하는 일이다. 어린이'독서 대학'프로그램은 학교나 학년에 얽매이지 않고 참여자들이 다양한 독후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주말마다 인근 고등학교 재능봉사 언니들과 함께하는 영어 동화책 읽기와 사서 선생님과 함께 하는 재미 솔솔 이야기 등은 도서관에 방문한 어린이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여름·겨울방학 시즌에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추진해온 '독서교실'은 남녀 구분 없이 3학년과 4학년 어린이들이 어우러져 사서와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도서관은 우리 어린 이용자들이 서로 서로 깍두기가 되어서 잘 놀기를 바란다.
도서관 사서는 장애가 있는 이웃과 외국 출신 부모님을 도서관 프로그램 강사로 초빙하기도 한다. 도서관에서 점자책과 시청각 자료, 전시작품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느끼는 불편한 상황을 어린이들과 같이 체험하였는데, 프로그램이 끝나니 아이들이 한 뼘은 더 자라 있었다.
외국인 부모를 둔 친구와 그 부모를 도서관 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나면 다양한 문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느낀다. 필리핀에서 온 '엄마선생님'이 들려주는 영어 동화를 읽은 아이들은 그 분이 한국말을 잘 못하는 분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영어를 잘하는 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분의 자녀는 우리말은 서툴지만 친구들에게 선생님이 된 엄마를 뿌듯하게 생각한다. 더불어 어린이실 사서는 우리 도서관 깍두기들이 다양한 세상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 뿌듯하다.
오은 시인은 시집 <유에서 유> 서문에 다음과 같은 시인의 말을 썼다. "꿀맛이 왜 달콤한 줄 아니? 꾼 맛도 아니고 꾸는 맛도 아니어서 그래. 미래니까.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그렇다! 우리의 미래는 달콤하다.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수봉도서관은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같이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미래를 우리 어린 도서관 이용자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인천광역시도서관발전진흥원은 인천시에서 설립한 도서관 전문 법인이다. 현재 4개 도서관(수봉·영종·율목·꿈벗도서관)을 수탁 운영하며, 인천시 독서문화진흥을 위해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