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위로를 받고 행복을 찾자!
- 심민석
- 승인 2011.09.19 16:00
[문화칼럼] 심민석 / 영종도서관 관장
행복하신가요?
행복이라는 단어가 지극히 추상적이고, 정답이 있어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21세기를 살아내는 현대인의 화두는 '행복'이다.
2006년 영국 레스터대학교 심리학과 에이드리언 화이트 교수가 작성한 세계행복지도에서 한국은 102위에 그쳤다고 한다. UN이 조사한 행복 순위에서도 한국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 3~4월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6,410명을 대상으로 '2011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조사를 한 결과,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가 OECD 23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은 현재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낮은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이미 여러 조사 결과로 나타났고, 지난 5월 한국방정환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행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고3 학생 응답자 가운데 26%가 '돈'이라고 대답한 것을 봐도 '행복=돈'이라는 공식은 사회적 통념으로 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우리나라의 경제적 급성장을 부러워 하지만 축적·팽창·급성장 이면에는 '자살율 1위', '저출산', '낮은 행복지수' 등 어두운 면이 많다. 행복의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대화를 하며, 생각들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만남을 통해 우리가 매일 유쾌하거나, 행복한 시간을 이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중 일부에게서는 때로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 서로가 얼굴을 붉히며 다투기도 하고, 감정 상하는 일들로 심적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인간의 모든 행복, 기쁨, 슬픔, 괴로움은 모두 인간관계 속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서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그러면 우리에게 책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우리가 행복해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여성시대'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때때로 수기 공모전을 하는데, 다양한 사연들이 소개되곤 한다. 한 번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박완서 작가 심사평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내가 겪은 작은 슬픔이 더 큰 슬픔을 보고 이겨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의 녹녹치 않은 고된 삶이 때로는 나에게 위로가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렇듯 글을 통해 우리는 경험하지 못한 걸 경험하기도 하고, 지식을 넓히기도 하고, 슬픔을 이겨내기도 한다.
노르웨이 일부 도서관에서는 장애인이나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사람을 위해 독서 옴부즈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독서 옴부즈맨은 정기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책을 읽어 주는데, 어떤 청년은 자기 개를 잃어버린 소년 이야기에 대한 책을 몇 번이나 읽고 싶다고 했다. 그 청년은 자폐증을 앓고 있었는데, 최근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비탄에 빠진 소년 이야기를 읽음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느낌을 정리하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도 사람의 상한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을 '독서치료'라고 한다.
책은 그 속에 열심히 인생을 살아낸 사람들이 있으며, 내가 겪은 작은 슬픔을 날려 보낼 만큼 더 큰 슬픔이 있고, 역경을 이겨낸 노력이 있고,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걸 경험할 수 있게 하는, 푹 고은 곰탕과 같다. 누구나 책에서 우러난 곰탕 한 그릇을 먹고 힘을 낼 수 있었으면 한다.
곰탕 한 그릇 먹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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